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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1) 서언 - 최근 경산의 모 고 1학생이 자살을 했다. 사실 이러한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200명가량의 학생이 자살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살기에 너무 바빠 ‘학생이 하도 많으니 개 중에는 이런 자도 안 생기겠나! 내 자식은 설마 안 그러겠지!’ 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것 같다.

 

  나 역시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세 명 두고 있다. 첫째 아이를 먼데 고등학교에 보내었다. 둘째도 거기에 보내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가 중학교는 (도회지와 달리 촌이기에 초등학교 학생이 거의 그대로 중학교로 진학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관내 읍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여러 면(面)에서 새로운 아이들이 많이 모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남자들 사회에서는 처음 입학하게 되면 서열을 정하게 된다는 사실, 이 과정에 폭력과 싸움, 갈등과 왕따, 비행이 발생할 수 있고,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는 목회자 자녀이기에 더더욱 억울해도 양보하고 참아야 하기에 이들이 3년간 겪어야 할 고통은 물론 이것이 학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사회(집단)에 여러 이해관계로 갈등과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요는 어쩌다가 한두 번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인간이란 본능적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해도 자기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데 천하보다 귀한 자기 생명을 끊을 정도로 지속적이고 심각하다는 데 있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는 물론 학교마저도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함으로, 죽음을 통해 유서로 자기의 고통을 호소하고 알리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나 당국이 이 문제에 심각한 관심을 안 두거나 가져도 충분히 예방하거나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는 국가도 당국도 존재할 가치가 없지 않을까?

 

  (2) 현실 - ① 나도 중학교 시절, 힘이 있는 (타 초등학교 졸업한) 친구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물론 그 시절에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그래서 이겨내고 극복해야 할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돌아보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아니한 악몽이다. 주로 점심시간이나 하굣길에 불러내거나 만나 면도칼로 위협을 했기 때문이다.

 

  ② 군에서는 더 했다. 전투경찰로 서울에서 복무했는데 벌써 오래전이지만 구타와 가혹행위가 엄청나게 심했다. 지나고 보면 추억도 되지만 돌아보면 지옥 같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제대할 날만 기다렸다. 조국을 위해 충성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부분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다. 선임에게 두들겨 맞고 또 자기가 선임자가 되면 후임자에게 그대로 보복하는 것이 일종의 당연한 관례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에도 ‘소원 수리’라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반영되진 못했다. 1년에 한 차례 나오는 담당 공무원은 아무도 몰래 비밀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이름이나 내용을 적어내면 자기만 손해 보고 도리어 더 바보가 된다는 것을 가해자도 알고 있었고 피해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원수리가 있기 전 가해자를 포함한 선임자들은 “소원수리에 아무것도 적어 내지 마라. 적어 내어도 소용이 없다. 만일 우리 소대에 누군가 적어 내면 모를 것 같지만 다 밝혀지게 되어 있고, 그놈은 남은 기간 군 생활 더 힘들어질 것이다.”라는 식으로 미리 엄포를 놓았고, 간부 역시 알고도 넘어갔기 때문이다.

 

  ③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직폭력배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당해도 어지간하면 신고하지 않는다. 첫째는 신고해도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한두 번 왔다 가지만 내 일에 책임을 지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여 좀처럼 발 벗고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신고한 사실이 들통 나면 도리어 나만 더 피해를 보고 억울해진다. 이러한 사실을 시민도 알고 있고, 폭력배들도 알고 있다, 단지 경찰과 관계자들만 모르고 있으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들어가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자 자신이나 그 가족이 당해봐야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될 수 있다고 말들을 한다.

 

  (3) 제언 - ① 언젠가 창녕읍에서 교역 일을 할 때였다. 각자 군 생활의 어려움과 추억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공군으로 제대한 어느 집사님이 ‘공군은 다른 부서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가 근무한 지역은 주로 비행기와 관련해서 일하는데, 비행기의 특성상 조그마한 부속 하나라도 잘못되면 비행기도 추락하고 사람의 생명도 끝이 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장교가 부하직원이나 병사들에게 잘못하면 비행기를 조립하고 점검하는 과정에 (아무도 몰래) 부속하나를 제대로 안 잠금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에 전통적으로 공군은 장교도 부사관에게 잘하고, 선임도 후임에게 잘한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내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② 언젠가 부산에서 시무할 때, 자녀 3명을 모두 캐나다에 유학시킨 어느 장로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캐나다는 무수한 경찰이 사복을 입고 아무도 모르게 활동하기에, 혹시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휴지를 버렸다가는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적발이 되는데 가혹하리만큼 엄청난 벌금을 매긴다고 했다.

 

  홍콩 같은 곳에서는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다 걸리면 6개월의 금고형이나 HK $ 50,000(우리 돈으로 약 700만 원)의 벌금을 내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 역시도 범죄에 대해서는 상상이 안 될 정도의 무거운 처벌을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③ 따라서 무슨 CCTV를 늘리고, 복수 담임제를 통해 상담을 늘리고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피해자가 죽음을 통해 알린 대로 학교에서 지금 하고 있는 방법들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째, 누구라도 피해를 당하면 아주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나아가 그렇게 했을 때 가해자가 엄청난 피해를 본다는 것을 또 누구나(교사, 학부모, 가해자, 피해자)가 공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조그마한 가혹행위라도 신고가 들어오면 학교에서 담임이나, 학부모나 선생님들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위원회’로 하여금 조사하고 판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인지상정 상 학부모도 제대로 처벌을 내릴 수가 없고, 존경을 받아야 할 선생님들도 제자를 강하게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이번에도 이미 몇 년 전 담임이 사실을 알고도 내버려두거나 조처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나오듯이) 교사는 고가점수를 통한 승진에 지장이 오고, 교장 역시 자기 경력에 불이익이 발생하기에 조용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 사실 몇 년 만 지나면 학생도 졸업하고 교사(교장)도 전출을 가기에, 길게 잡아 2∼3년만 모른 척하면 내가 가거나 학생이 나가기에,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무조건 덮고자 하는 일이 계속해서 재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고가 접수되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판단이 될 경우, 그다음부터는 학교와 직접 연관이 없는 제3자인 경찰이나 이에 준하는 구속력을 가진 외부기관이 조사하여 처리하였으면 한다.

 

  둘째,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최소한 전학이고, 그다음 걸리면 퇴학은 물론 구속되어 상당한 기간 감옥생활을 하게 함으로 자기의 학창시절 인생을 망치게 된다는 것을 자신은 물론 부모와 친구들까지 확실히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전과가 있는 자는 개과천선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사회(직장) 역시 받아주지 않는 분위기로 나가게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4) 결어 -  마음껏 공부하며 꿈을 펼쳐야 할 우리의 자녀가 꽃다운 나이에 계속해서 고귀한 생명을 끊게 해서야 되겠는가? 교육 당국자들은 선생님들로 통해 학교 안에서 이 문제를 스스로 잘 해결하도록 기다리지 말고, 내 새끼도 이렇게 죽을 수 있다는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좀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책(분위기, 시스템, 처벌)을 수립했으면 한다.

 

  학창시절부터 잘했을 때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면서 장래에 유익이 된다는 것과 혹시라도 잘못했을 때에는 엄청난 손해와 내 인생에 치명적인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자기 주도 학습과 인생을 준비하게 해야 한다. 열심히 살아도 별 유익이 없고, 크게 잘못해도 별로 손해가 안 된다는 생각이 이들을 지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이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가정문제를 비롯하여 입시 위주의 교육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을 탓하고 가볍게 처벌하다 보니 갈수록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환경만 탓하고 있으면 안 되고 당국은 (인간이기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환경을 이기며 자기를 통제하고 남을 배려하며 살도록 지도해 나가야 한다.

 

  사실 우리의 아이들이 1번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어느 정도 참고 살려고 했을 것이고, 나중에는 이러한 가혹행위가 계속해서 반복됨에도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아 해결될 소망이 거의 보이지 않기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리라. 이것은 성인의 자살과도 연결되는데, 문제가 있고 그로 인해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 아무리 힘들어도 참으면 되겠다는 마음과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 폭력 대책도 가해자의 폭력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점보다 (그래서 폭력이 발생 안 하도록 하려 하기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설사 폭력을 당한다 할지라도 신고를 하거나 (“선생님께 고한다.” 혹은 “신고를 한다.”는 식으로) 내가 적절한 방어를 하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신고가 접수되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처벌의 강력함이 폭력의 충분한 예방으로 이어지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피해자가 반복해서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보며, 그렇다면 최소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만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