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백성 중심하여 일하시는 하나님
2010.12.22 23:01
며칠 전 둘째아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먼 나라로 갔다. 자기 형이 지난여름에 머물면서 배운 그 장소이다. 오전에는 현지 학교에서 현지인들과 같이 공부하고, 오후에는 한국인 선교사 목사님 집에서 튜터와 공부하는 경우이다.
이미 형의 경험이 있기에 둘째가 형만큼은 긴장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하루 전에는 이런저런 일들로 잠을 자지 못하였다.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출석하여 조퇴를 받아 형과 함께 서울로 올려 보냈다.
월요일 오후 9:45분 비행기이지만 혹시나 하여 오후 한 5시경에 미리 공항에 도착하였다. 15세 미만이기에 같이 가야 할 인솔자가 필요했고, 그 인솔자를 공항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솔자는 부산에서 출발하여 당일 오후 8시가 넘어서 공항에 도착하였는데, 요는 이 인솔자가 또 다른 미성년자를 두 명이나 더 데리고 도착하였고, 도착하여 수속절차를 밝는 과정에 15세 미만에게 꼭 필요한 ‘영문주민등록등본’을 미처 가지고 오지 못한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두 미성년자 역시 부산에서 올라왔고 더욱이 부모까지 모두 공항으로 따라왔기에 갑자기 어떻게 할 방법이 도무지 없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2명의 아이들은 2-3일 후에 다른 인솔자와 같이 가야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월요일 오후 9:45에 분명히 떠나기로 한 비행기가 지체가 몇 번 되더니, 결국 오후 한 10시 정도 되면서 취소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내일(화) 오전 7시까지 몇 번 카운터로 다시 나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화) 아침 일찍 언론을 통해 보니, 월요일 오후 8시에 도착해야 할 같은 항공사 소속 비행기가 안개로 인해 인천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김포공항에 착륙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해당 소속 항공사 직원들이 미처 김포공항으로 가지 못해 내려야 할 승객들이 비행기 안에서 3시간을 대기하는 일로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아마 월요일 밤에 이런 일이 발생하여, 오후 9:45에 가야할 비행기가 연기하다 결국 그 다음날로 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연기와 취소로 인해, 영문주민등록등본을 가져오지 못한 미성년자 2명은 밤늦게 부모와 함께 일산으로 가서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아침에 만나게 되었고, 결국 화요일 우리 아이를 포함하여 4명이 모두 무사히 목적지에 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에는 한 시간에도 수십 대의 배행기가 뜨고 내리고 한다. 물론 월요일 밤에 안개가 좀 문제가 되었다는 것은 나중에 기상예보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많은 비행기는 조금 지연이 되긴 했지만 대부분 1-2시간 후에 다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아이가 타고가야 할 그 비행기만이 취소가 되어 그 다음날 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서류미비로 도저히 같이 가지 못할 아이들이 결과적으로는 같이 가게 된 것이다. 이 아이들 모두 교회 출석하는 자들이고 그 부모 역시 교회의 직분자였으니, 당연히 하나님 의지하며 기도하였을 것이다.
무사히 현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가 믿는 하나님께서는 이렇게도 일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을 믿는 아이 둘을 위해서 비행기까지도 이렇게 하시는 분이셨다. 미처 잘 준비하지 못한 실수가 비록 있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론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가게 하시는 하나님이셨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서 이런 분이시라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한 30년 전에 배운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고백인 ‘Je pense, donc je suis : cogito ergo sum’이 생각이 났다.
살다보면, 아니 살수록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특히 사람을 믿을 수 없다. 이웃은 물론이고 친구에 나아가 배우자나 자식마저도 믿기 힘들다. 과거엔 자식이 노후준비의 가장 큰 대책이었으나, 오래 전부터 부모들이 스스로 노후준비를 다 하고 있다. 오늘 인터넷에 보니 “여자 41.2% 이혼 대비해 비자금 준비하겠다”는 제목의 기사까지 나왔다. 우리 사회가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니 인생살이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리라.
그러나 며칠 전 접하게 된 아이 사건을 보면서 테카르트적(Cartesian)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 정말로 살다보면 믿을 수 없는, 도저히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인간이리라. 그러나 이 세상에 사는 인간은 모두 다 의심스럽고 믿을 수 없어도 그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만은 확실히 계시고 그분만은 전지전능하시며 또한 신실하시다.
그렇다면 그 전지전능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나에게 붙여준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보며 대해야 할 것인가? 비록 사람은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 되지만 그런 사람을 내 주변에 붙여주신 하나님께서 신실하시기에, 그리고 그분께서 나의 유익과 필요를 위해 그 사람을 주셨기에, 믿을 수 없는 사람일지라도 억지로라도(?) 믿고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세상의 주인이시자 동시에 내 인생의 주인이시다. 우리가 염려하고 노력하고 애쓰지만 돌아보면 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위해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이끌어 가신다. 필요하시다면 이방나라 이집트의 바로를 비롯하여 바벨론의 느부갓네살까지 끌어다 쓰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멀리보고 깊게 보면 나에게 주신 모든 환경과 사람까지 다 나를 위해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기에, 그 하나님을 보고 그분이 보내주신 사람을 믿고 살아야 할 것이리라. 비록 마음에 안 들고 문제가 많고 희망이 없을 것 같아도 내 인생의 주인되신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그런 사람을 나에게 붙여주셨기에, 참고 기다리며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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