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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농촌목회 일지

2009.12.02 01:24

길라잡이 조회 수:2069

   이곳에 온지 어언 1년 8개월이나 되었다. 처음엔 이곳 악양에 안 오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결과적으론 오게 되었다. 그러나 와서 세월을 지내다보니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도움의 손길을 고백하지 아니할 수 없다.

 

   먼저는 교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셨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변화(건물과 재정)는 물론이고 영적인 부분(출석 교인)에서도 성장을 허락하셨다.

 

   가정적으론 아내가 생각지도 않게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1시간 거리인 사천 강의만 생각하고 이곳에 왔는데, 이곳에 온 후에 15-20분 거리인 하동읍에 새로운 요양보호사교육원이 생겼기 때문이고, 후자에서는 창립멤버이자 전임강사로 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 교육을 위하여 (우리가 요구하거나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않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시는 분이 생겼다. 이 분 때문에 아이들은 억지로라도 공부를 한다. 3명의 아이들 모두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와 강복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편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성도의 가는 길은 어려움 가운데 위로이기 때문이며(고후1:3-9) 나아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이 되기 때문이다(롬8:28).

 

   지금도 금요일 저녁만 되면 가족들이 죽는 소리(?)를 한다. 매주 토요일이면 친구들에게 전도하러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오려고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자존심을 꺾어 가며 계속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이 자라는 아이들에겐 참기 힘들기 때문이리라. 아내에겐 넓은 교회당을 비롯하여 마당과 화장실까지 청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일이 되면 전쟁과 다름없다. 1시간 30분 전에 수송하러 나가는데, 승합차만 아니라 자가용도 같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되면 나와 있어야 되는데 대게 그렇지 못하여 1사람 때문에 20분 이상도 지체할 때가 있다. 그래서 1시간 30분이 늘 촉박하다. 이렇게 해서도 와야 될 자가 보이지 아니하면 예배 시작 후에도 다시 가기 때문이다. 

 

   예배가 시작되어도 상당수는 찬송가를 잘 모르고, 또 레위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 예배시간에 늦게 오는 사람, 조는 사람, 떠드는 사람이 여러 명이다. 그 중에는 귀가 어두운 분들도 많고, 귀가 밝아도 눈이 어둡거나 글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글을 알아도 지적 수준이 약하여 말귀를 못 알아듣는 분들도 많다.

 

   점심때에는 매주일 정신이 없다. 음식을 준비할 사람은 부족하고 음식 먹을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오전공예배 후에 (중식과 오후 성공공부를 하지 않고) 급히 가야 되는 자들을 또 다시 수송해야 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중식 후 오후에 성경공부를 하지만 ‘소 귀에 경 읽기’와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대부분 금년에 등록한 초신자이고, 어른은 최저 60에서 보통 80이 넘은 사람들이기에 이들에게 기독교 교의를 설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제직들의 수준은 (주일성수, 각종모임, 봉사와 건덕, 등등에서) 사실 도회지 교회 세례교인 수준도 잘 안 된다. 덧셈과 뺄셈을 잘 못해서 재정을 맡길 수도 없고, 심지어 오늘이 주일인지 아닌지도 까먹어 일일이 연락해 주어야 되는 분들도 있다.

 

  노인들의 상당수는 차문을 열 줄 몰라 열거나 닫는 것도 일일이 다 챙겨주어야 한다. 또 비오면 안 오고, 손님 오면 안 오고, 날이 추워도 너무 더워도 안 온다. 이렇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열악한 조건의 생짜배기(?) 사람들에게 전도해서 그들을 교육하여 천국 백성 만드는 일이 여간 힘 드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하나님, (일할 일꾼이 너무 없어서) 도회지 교회 서리집사님 수준 2가정(4명)만 이사 오게 해주시면 여한이 없겠는데요?’라고 하소연도 해보았다.

 

  하지만 요즈음 와서 농촌교회가 약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다. 알다시피 농촌엔 조손가정(祖孫家庭) - 70대 이상 노인들과 (부모 이혼이나 사망으로 인하여) 이들과 함께 사는 손자손녀들이 대다수인데, 만일 농촌교회가 도회지처럼 중등부 이상 장년 출석인원이 최하 50명 이상 100명 정도라도 되면 이들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아마 거의 관심이 떨어질 것이다.

 

  인원상 아쉬울 것이 없고 재정적으로도 자립이 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힘들고 노력해도 희망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 누가 자존심 꺾어가며 전도해서 교육시키겠는가? 너무 사람이 없어 주일이 되면 예배분위기 자체가 썰렁하니 (심지어 서글프기까지 하니) 80대 장애노인이라도 오실 의향만 보이면 기쁜 마음으로 집 앞까지 차를 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세상에서는 별로 관심두지 않는, 심지어 자식까지도 거의 무관심한 이들 노인들과 부모들까지 내팽개치다시피 한(?) 이들 아이들을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구원케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어찌 보면 “농촌교회는 약해야 좋겠다.”는 (말이 안 맞는) 생각도 해본다.

 

  혹시라도 이글을 보시게 될 농촌목회자들이 계신다면, (사회처럼) 무능해서 할 수 없이 억지로 농촌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으니 교회의 사장이신 하나님께서 특별히 나 같은 사람을 이 힘든 곳에 파송하신 것’이기에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다른 많은 것으로 보상해 주실 것을 믿으며 자부심 잃지 마셨으면 한다(끝).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