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악양북교회

죽은 토끼 이야기

2009.01.30 01:24

길라잡이 조회 수:2635

죽은 토끼 이야기

 

  어제(1/29, 목) 밤 하동 IC에서 하동읍으로 들어오는 국도에서, 산토끼 한 마리가 도로를 건너다 갑자기 나타난 승합차의 밝은 불빛에 당황했는지 머뭇머뭇하더니만 결국 차에 부딪친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차의 방향을 바꾸어 돌아가니 역시 생각했던 대로 죽어 있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다.

 

  아이들에게 빨리 가져오라고 하였지만 겁이 나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막내딸이 주워서 차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때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안은 비명과 고민으로 반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아내까지도 “죽은 시체를 생각하니 징그럽고 겁이 나서 오늘밤 잠을 못잘 것 같다.”부터 시작해서, “저 놈을 가지고 가보았자 감히 요리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빨리 오늘밤을 넘기기 전에 남을 주어야 한다.”는 고민까지.

 

  결국 오는 도중에 여러 곳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여차여차해서 비록 죽었지만 이런 산토끼를 한 마리 잡았는데 생각이 있느냐?”는 식으로 물어보았지만, 3가정에서나 반대였다. 그래서 주지도 못하고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한다면서 먹든지 주든지 버리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잠시 고민한 끝에 ‘이웃에 사는 짐승을 키우는 집에 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밤이 좀 늦었지만 그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사정을 이야기 하였더니, 그 집에서는 “이런 귀한 것을 짐승에게 주어서는 안 되고 요리를 만들어 우리 자녀들에게 주면 몸에 굉장히 좋다.”면서 무려 3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추가 - 그 집에서 너무 고마워 다음날 아침 단술까지 가지고 왔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며칠 전 KBS 1TV ⟪아침마당⟫ 생각이 났다. 그저께 화요일(1/28)에 방영된 ‘설특집 아침마당’인데,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기에) 인터넷으로 그저께(수) 무슨 특별한 것이라도 있는가 하여 우연히 재방송으로 보았더니만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나와서 자기 살아온 과거 이야기를 하였다.

 

  박중훈 씨는 과거 학창시절(특히 고등학교 때)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하였다. 자세히는 밝히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위로 형제들은 다 공부를 잘하여 (지금도 나름대로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아버지께서 자랑이 대단하셨지만 자기만은 유독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란다.

 

  당시만 해도 공부 잘하는 것이 최고라고 여기시던 완고하신 아버지께서 자기만 공부를 잘 하지 못하고 대신 학교에서 연극부 부장이나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였기에, 가정에서 늘 소외되고 꾸지람만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영화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그야말로 지난 24년간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간판배우가 된 것이다. 물론 그 후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아버지께서 이런 자기의 모습을 보고 무척 좋아하셨다는 말도 있었다.

 

  인간의 주인은 인간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인간을 만드시고 이 세상에 때가 되어 내어 보내실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도 있고, 또 나름대로 해야 할 사명도 있다. 지혜롭고 선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에게는 나름대로 주어진 달란트(재능)와 그 달란트로 해야 할 사명도 부여하셨다고 본다.

 

  그런데 인간이 이러한 자기의 신분(하나님과의 관계에서의 위치)을 모르고 나아가 부여된 달란트와 사명을 자각하지 못하다 보니, 인간이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도 못하고 한 평생 고생하며 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미술 잘하는 재능 가진 사람을 건설회사에 그것도 목수의 일을 하고 있다면 자기도 힘들고 회사도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일하는 사람도 고생하고, 일을 시키는 회사도 능률이 안 오르고 발전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와 달리 요즈음 아이들 학교 성적표를 받아보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전체 평균 몇 점이나 모든 과목을 다 합쳐서 전체에서 몇 등이라는 것이 없고, 대신 그저 음악 몇 등, 국어 몇 등으로 나오고, 또 음악 교과 최우수상, 수학 교과 최우수상, 등으로만 알려주는 것 같았다.

 

  사람이 다 잘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우리 옛말에도 각자무치나 팔방미인은 없다고들 한다. 지혜로우시고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인간을 이렇게 만들지 아니하셨단 말이다. 그래서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자세히 살펴보고 개발하면 남보다 잘하는 그 어떤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

 

  학교 교사나 특히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고 교육할 때 이런 면을 잘 살펴서, 아이로 하여금 재능 따라 그 분야에서 한 평생을 매진하며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바둑계의 황제라고 말하는 이창호나 이세돌도 어릴 때 이런 재능을 옆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하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오늘의 그들이 있는 것이리라.

 

  다시 토끼 이야기로 돌아와서, 동일한 죽은 토끼가 누구집이나 누구에게는 징그럽고 밤의 꿈에 나타날 정도의 혐오와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해야 하는 골치 거리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이게 토끼 고기를 요리해서 파는 식당이나 앞서 말한 이웃집에서는 대환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재적소’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 동일한 사람도 내가 볼 때에는 분명히 문제가 많아 거의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 중에는 그를 매우 좋게 평하거나 더 나아가 크게 환영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또 자랄 때에 하도 애를 먹이고 문제를 많이 일으켜서 동네에서나 학교에서 아무도 주시하지 않던 아이가, 세월이 흘러 굉장히 쓸모 있고 사회와 이웃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가령 뒷골목에서 깡패생활하던 아이가 복싱이나 격투기 선수로 크게 변모하는 경우도 있기에,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미리 속단하는 것은 더더욱 조심할 일이다.

 

  우리 집에서는 골칫거리였던 토끼가 이웃집에서는 몸보신에 요긴한 국거리로 환영받은 것을 생각한다면, 한 낱 미물(微物)에 불과한 토끼보다 몇 배나 더 가치 있고 고귀한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사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특히 자라는 젊은 학생들에게, 하나님(신)께서 주신 나(만)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그것을 잘 개발하여, 그러한 재능이 필요한 곳에(혹은 그러한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평생 일하며 봉사하는 복된 삶을 사시기를 소망하노라(끝).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