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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반 농부, 반 목사

2008.10.20 17:01

길라잡이 조회 수:3106


반 농부, 반 목사

 

  이곳에 온지 어언 6달이 지나간다. 6개월 전 여기에 올 때에는 할 수 없이(?) 억지로(?) 왔지만, 와보니 나름대로 살만하고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남들은 힘들고 어려운 직장생활을 끝내고 나서 은퇴한 후의 유일한 소망이 물 맑고 경치 좋은 농촌에 가서 아담한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것인데, 나는 다른 사람보다 일찍 이러한 소망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할 때가 많다.

 

  농촌목회란 것도 도회지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다. 무슨 어학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밤새워 연구해야 할 신학적인 지식도 요구되지 않는다. 성도들이 아프면 자가용으로 병원이나 보건소에 모셔다 드리면 되고, 혼자 사시는 연세 많으신 성도님들은 자주 들러서 혹시라도 고장난 수도나 보일러 혹은 집안의 전기시설 등을 살펴 드리면 되고, 농사일로 바쁘신 분들은 시간을 내어서 거들어 드리면 된다.

 

  나 역시 농촌이 고향이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곳에서 살았다. 주말이면 부모님 계신 농촌에 가서 농사일을 많이도 도와 드렸다. 그런데 대학을 들어간 후부터 얼마 전까지 너무나 오랜 세월을 육체노동보다는 정신적인 일에 치우치다 보니, 건강에 불균형이 와서 한 10년 정도 알레르기 비염으로 무척 고생도 했다.

 

  그래서 요즈음엔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매일 (폐교가 된, 그러나 지금은 수련회 장소로 이용되는) 운동장을 한 20바퀴 정도 뛴다. 사람은 육체노동만 너무 많이 해도 병이 오고, 정신노동만 열심히 해도 병이 나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육체와 정신(영혼), 이 양자의 상호 결합을 통해 살게 하셨기에,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적절하게 조화해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어제 주일은 하루 종일 교회 일로 바빴다. 근래에 주일학교 학생이 늘어나면서 차량운전 봉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상중대 계시는 전직 서리집사님 댁의 산에 가서 이제 더 시간이 지나면 짐승의 밥이 되고 말 밤을 같이 까서 주워 왔다. 내일은 덕기 마을의 서리집사님 댁에 콩 수확을 좀 거들어 드리려고 한다. 집사님께서 많은 콩을 혼자 다 수확하지 못해 추수기가 지나 콩(알)이 밭에 떨어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악양은 농촌 중에서도 정말로 살기가 좋은 곳이다. 앞에는 오염 되지 아니한 섬진강이 흐르고 있고, 뒤에는 지리산 줄기가 자리하여 1년 내내 맑은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산 중턱까지 아름다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곳곳에 계절마다 농작물과 과일들로 넘쳐나고, 봄에는 벚꽃 축제와 가을에는 토지 문학제와 대봉감 축제가 열린다.

 

  그래서 누구나 욕심을 비우고 자족하며 살기를 원하는 자라면 미리 농촌에 와서 반(半) 농부가 되어 살아감도 그렇게 나쁘지 아니하리라. 특히 몸이 좋지 않아 건강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더더욱 하나님께서 만드신, 육체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평안해 지는 이곳 농촌으로 오시라.
 
  오늘도 나는 고향 같은 악양에 와서, 반 농부(육체노동)로 살아감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나머지 반인 목회(정신노동)도 즐겁게 하고 있다(끝).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