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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농촌목회의 딜레마

2010.08.30 15:51

길라잡이 조회 수:1407

농촌목회의 딜레마

 

  오늘 교회당 가까이 계신 한 분 성도(전직 서리집사님)께서 부산으로 가셨다. 딸이 갑자기 예고도 없이 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시겠단다. 부산의 모 대형병원에 입원시켜 모시겠다니, 앞으로 얼마나 계실지, 언제 돌아오실지 모를 일이다.

 

  지난 주 금요일은 장례식을 했다. 초창기부터 본 교회를 잘 섬기시던 집사님께서 82세로 소천 당하셨기 때문이다. 이분은 한 2년 전 요양병원으로 가셔서, 결국 세상을 떠나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오신 것이다.

 

  우리 교회에는 현재 이런 분들이 여러 명 계신다. 연세가 70이 넘어 80 정도 되니 거동을 비롯하여 여러 부분에 이상이 생기게 되자, 자녀들이 직접 모시기는 그렇고 하여 요양시설에 맡기거나 병원에 장기입원 시키기 때문이다.

 

  목사 입장에선 마음이 안 되었다. 자식들은 멀리 있어 가까이 있는 목사가 아무래도 이러 저리 많이 챙겨드리기 때문에 그 동안 정 들었는데, 자신이 좋아서 가신다면 괜찮지만 안 가고 싶지만 할 수 없이 가시기에 ‘저리 고향 떠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 것인가’ 싶기도 하고, 또 교인 1명이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목사가 잘 해도 자식을 앞설 수는 없다. 자식들이 어떻게 하겠다는데 어디까지나 제3자인 목사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나이 많은 분들 전도는 (사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직접 하셔도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 힘 드는데,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교인(노인)들이 이리저리 흩어지고 떠나시니 이 일을 어찌 하랴?

 

  그래서 일종의 대안으로 아이들 전도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나름 열매를 좀 본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 역시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주로 불신자 가정에서 나오기에 등록률은 물론이고 출석률이 너무 저조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 신앙생활이란 것이 부모의 성향과 형편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 된다. 안 믿는 부모가 (야외로 놀러나, 고향, 가족모임, 동창회, 등으로) 출타하면 할 수 없이 따라가야 하고, 집에 있어도 농사철이나 시험기간, 각종 과외, 등으로 예배출석이 어렵다. 이렇게 자주 빠지고 장기결석하게 되면 결국 낙심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많은 장애요인을 피해 소수의 주일학생들을 그나마 열심히 길러놓아도 고등학교나 적어도 대학생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본 교회를 떠나게 된다.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 신앙의 기초를 다듬어 놓은 주일학생들은 결국 졸업 후 대부분 도회지 교회에 정착하여 헌금하고 봉사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떠나는 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마나 우리 지역에는 간혹 귀농인들도 있다. 도회지에서 신앙생활 하시던 40-50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농촌에 정착하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가물에 콩 나듯 1년에 1-2명 정도 교회당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이 농촌교회에 등록하여 정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에 몇 번은 자기 집 앞에 교회당이 있어 호기심에라도 참석하지만, 노인 몇 명과 아이들 소수만 있는 교회에 마음을 주지 않는다.

 

  신앙생활이란 하나님을 바라보며 믿는 것이 핵심이지만 또 다른 측면인 현실을 고려하자면 ‘삶의 공동체’이기에, 같이 어울리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되어야 등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리가 좀 멀어도 (오늘날은 자가용이 다 있기에) 가까운 시나 읍에 있는 중간규모의 교회로 가버린다.

 

  농촌의 실정을 모르는 분들 중에는 목회자들이 농촌을 잘 안 가려하고, 또 오래 있지 않고 자주 옮기는 것에 대해 재정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이것보다 더 큰 요인이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끝).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