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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믿음의 자녀와 결혼

2012.11.10 17:59

길라잡이 조회 수:1073

  오늘 결혼식에 참여했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 목사님 아들 결혼식이었다. 진해에서 열리는 결혼식도 가야 하는데 사정상 포기하고, 이곳으로 갔다.

 

  신부가 한 10년 전부터 출석하여서 한 교회 안에서 부부가 되었기에, 주례는 신랑 아버지 목사님이 하셨다. 신랑은 조경학과를 나와서 조경사로 근무하고, 신부는 교회 반주하면서 간호사로 근무하는데, 처음엔 “형님” 하다 몇 년 전부터 “오빠” 하다, 지금은 부부가 되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S.F.C. 활동해서 그런지 모 대학 S.F.C.에서 축가를 부르고, S.F.C. 간사 출신 목사님이 기도순서를 맡았다.

 

  결혼예식 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교회를 개척하여 세월이 좀 되었지만, 아직도 어려운 형편인데도 첫째 딸은 학교 교사로 같은 교사를 만나 몇 년 전에 결혼했고, 이번에 둘째도 이렇게 당당하게 결혼을 시키는 것을 볼 때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해서다.

 

  사실 우리 집의 큰아이 고등학교 하나 보내는데도 한 달에 70-80만 원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대학 졸업을 거쳐 취업시켜 짝을 붙여 결혼까지 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당하는 현실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첫째는 어려운 농촌교회의 경제적인 형편이고, 둘째는 갈수록 자식들이 부모 말을 잘 안 듣고 자기 고집대로 살아 결혼을 잘 안 하려는 것(결혼이 늦어짐)이고, 셋째는 내 자식도 신앙생활 잘하기가 쉽지 않지만 많은 이성 가운데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 언약의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더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언젠가 국회의원 황우여 장로님의 간증을 들었다. 마치 이스라엘이 출애굽과 홍해사건을 기억하는 여호수아와 그의 뒤에 생존한 장로들이 사는 날 동안만 여호와를 섬겼다(수24:31; 삿2:7)고 하였는데, 자기가 생존한 날 동안은 자녀가 억지로라도 교회를 출석하겠지만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과연 이들이 하나님 붙들고 살 것인지에 대해 걱정이 되어 미리 평생 하나님을 못 떠나도록 자식 이름을 전부 성경적으로 지었다(사라, 모세, 성결)고 하셨다.

 

  오늘 결혼한 이 목사님도 자식 이름을 전부 성경적으로 지었다. 첫째는 한나, 둘째는 요한, 셋째는 요셉이다. 유대인들이 자기 자식 이름에다 깊은 의미를 부여하듯이, 부모가 자식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믿는 하나님이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자식에게도 이 신앙을 물려주고 싶어서 이런 이름을 붙였기에) 하나님께서 복을 안 주실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목회자 중에도 이력서에 학벌과 경력 속이다 걸려 사표 당하고, 공금횡령 하여 구속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이런 분들이 다 대형교회 맡아서 부흥시킨 분들입니다. 이 말은 목회는 비록 속여도 인정받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부흥(?)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 농사는 속일 수도 없거니와 부모가 바르게 산다고 자녀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부모가 성실하다고 자식이 다 성실하지도 않고, 부모가 효자였지만 그 자식은 불효자도 나온다. 부모가 똑똑해도 자식은 모자라기도 하고, 부모가 깨끗하게 살아도 자식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목사님은 목회자로서 그렇게 잘 나가는 분이 아니다. 교단은 물론 노회나 시찰 내에서도 크게 인정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자식 농사만은 잘 지은 것 같다. 노아가 120년 동안 자기 가족 외에는 구원하지 못하였는데, 비록 대형교회를 운영하는 유명한 목회는 아니라 할지라도 내 자식만이라도 신앙으로 잘 키워 사회에 배출하는 이 정도만 해도 나는 ‘옳은 목사’라 부르고 싶다.

 

  오늘날 사회는 갈수록 번창하고 편리할지 모르나 상대적으로 가정은 해체되고 위기에 빠지는 시대에, 선배 목사님의 자녀결혼을 통해 한편으론 열악한 농촌을 섬기는 처지에서 위로를 받았고, 다른 한편으론 ‘나는 언제 저런 날이 올까!’ 부럽기까지 했다.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