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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가뭄과 태풍

2012.09.04 20:32

길라잡이 조회 수:1046

  (1) 일본과 한국 - 불과 얼마 전까지 온 나라가 가뭄 때문에 목이 탔다. 교회당 앞의 도로 가에도 부추, 방아, 도라지, 그 외 이름 모르는 작물들이 많았는데, 하도 안쓰러워 비록 남의 것이지만 여러 날 물을 준 적이 있다.

 

  그리고 이어서 여름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 2개의 태풍(볼라벤과 덴빈)이 지나갔다. 이 일로 인명 사고는 물론 재산적인 피해도 막대하리라. 지금 곳곳에선 태풍으로 말미암은 피해를 복구하느라 땀을 흘리고, 나라와 유관단체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요는 해마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진이 많은 나라 일본은 지진을 주시는 하늘을 탓하기보다 어떠한 지진이 와도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건물을 설계하여 짓는다고 들었다. 이러한 자세로 임하다 보니 사실 이번 태풍(볼라벤)에서도 일본 오키나와 섬과 남 큐슈에서는 정전사태와 7명이 다치는 정도이지 단 1명도 사망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15명이 사망 및 실종)이 죽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태풍의 위력과 상황을 미리 보며 충분히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본보다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는 하늘이 내린 천재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인재라고 보아야 한다.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인공위성을 통해 사전에 구름의 흐름과 바람의 강도를 파악하여 방송으로 미리 충분히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예고를 하였는데도 어느 분은 태풍 기간에 운전하다가, 또 누구는 고추건조대 손보다, 기타 여러 활동을 하다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2) 가치중립과 선용 - 나는 성도로서 기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은 하나도 나쁜 것이 없다고 믿는다. 설사 악처럼 보이지만 100% 악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독사의 독, 벌의 침을 비롯하여 파리나 모기, 지네, 그리고 구더기까지 유용한 면이 많다. 파리 같은 경우 잡아서 닭의 사료로 쓰면 굉장히 성장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음식 쓰레기로 파리를 12만 마리 이상 사육하면 농민으로 인정하여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까지 한다.

 

  사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그 자체 선도 없고 그 자체 악도 없다.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악이 되기도 하고 선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잘만 선용하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말이다.

 

  돈, 고급 자동차, 저택, 인류대 합격, 고위공무원 임용이나 승진, 등도 우선은 좋게 보이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특히 가족들에게 도리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사례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너무 많다.

 

  반대로 고난, 시험에 낙방, 사업 실패, 등도 길게 보면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더 성숙하게 되었고 더 노력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노라고 많은 사람이 고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애마저도 복이 될 수 있다. 뇌성마비 장애 송명희 시인은 한 독지가가 자기를 미국에 데려가 치료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하였지만 ‘하나님 주신 이대로가 좋으니 그냥 살겠다.’면서 치료까지 거부했다고 하지 아니한가?

 

  (3) 태풍의 장단점 - 태풍 역시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나쁜 면은 주로 사람이 잘못 대처한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가령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과실의 열매가 떨어지는 것도 더 크고 좋은 품질에 대한 욕심에서 지나치게 비료를 많이 주고 농약을 친 것에서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좋은 점도 있다. 지면에 수분을 공급하여 가물었던 대지를 충분히 적셔주는 이점 이외에, ① 공기를 순환시킨다. 산업용 검은 중금속을 비롯하여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까지 나쁜 공기를 전부 멀리 날려 보내어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새롭게 제공해 준다.

 

  ② 과거 1991년에 발생한 대구 개구리 소년들의 유해를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지만 못 찾았는데, 2002년 태풍 루사 덕분에 계곡바닥이 쓸려 내려가면서 11년 6개월 만에 발견이 되었다.

 

  지난주 미국을 강타한 태풍 ‘아이작’으로 바닷물이 위아래로 뒤집어지면서 앨라배마주 포트모건의 한 해변에 미국 남북전쟁 당시 사용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50년 전 침몰한 19세기 함선이 물 위로 끌어올려 졌다고 한다.

 

  ③ 많은 경우 태풍이 지나가면 건설업자들이 원칙에 따라 꼼꼼하게 짓지 아니한 부실건물들은 넘어지거나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이를 통해 건축업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린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건물 주인들에게도 힘이 들어도 안전을 위해 건축법을 지키게 한다고 본다.

 

  사실 우리 교회는 지하수가 있어서 가뭄 걱정이 없다. 그런데 교회당 건물은 한 20년 전 지을 때 근본적으로 부실공사를 하여 그동안 수없이 땜질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내가 부임한 후에도 여러 번 누수공사를 했고, 올해 7월에는 약 1달에 걸쳐 크레인까지 불러 방수 실리콘을 무려 300개 정도 발랐다. 그래도 누수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

 

  ④ 무엇보다 강한 태풍으로 오만하고 도도한, 그래서 누구도 통제하기 어려운 인간의 높아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겸손함, 자신의 나약함을 발견하고 남과 더불어서 성실하게 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본다.

 

  (4) 우리의 할 일 - (어쩌다가 한두 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주시는 태풍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은 태풍의 피해(특히 사망과 실종과 같은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함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많이 주시는 물 자원을 어떻게 잘 보관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연구라고 본다.

 

  하나님께서 많이 주신 물 전부 다 흘려보내 놓고 얼마(며칠)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물이 부족하다고 가뭄 타령을 하는 것은 원시적인, 아주 수준 낮은 백성이기 때문이다.

 

  왜 이 좋은 최첨단 과학정보 시대에 해마다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가? 이스라엘처럼 바닷물을 끌어 올려 정화하여 농수로 쓰지는 못할망정, 태풍 때의 물을 저장하여 가뭄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두가 심각하게 연구하고 검토하였으면 한다(끝).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