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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현대 사회와 진정한 승자

2011.07.30 20:26

길라잡이 조회 수:1267

  최근에 나는 모 방송국의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란 프로그램을 재미있고 보고 있다. 많은 지원자를 공개 모집하여, 최종 18명만 선발하여 하와이에서 20일간 각종 게임을 통해 지, 덕, 체에서 종합적인 최강자를 선발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우승자는 1억 원 상금에, 세계 일주 항공권, 그리고 스폰서 기업의 취업보장이 주어진다.

 

  게임의 방식은 레드팀(9명)과 블루팀(9명) 2개 조로 나누어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여, 지는 팀에서 팀원들이 지게 된 주원인자 1명을 선출하게 되어 있고, 이렇게 오전과 오후 2명의 주원인자가 나오면, 모두가 모이는 총회 격인 밤 모임에서 (앞서 선발된 이들 역시도 자기가 주원인자가 된 것이 억울할 수 있으니 스스로 자기 팀 가운데서 다른 1명을 주원인자로 다시 지목할 권한을 주어) 결국 총 4명이 심사위원 앞에 서게 된다.

 

  3명의 심사위원은 하루에 있었던 2개의 미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유도심문과 압박심문을 통해, 각각 1명씩 구제함으로 결국 구제받지 못한 마지막 1명이 탈락하여 도중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방식이다.

 

  어제 본 행사에서는 그동안 진행해온 팀원을 재조정하는 사건(?)이 생겼다. 아마 제작진에서는 그동안 몇 명의 탈락자가 생기면서 팀 간의 능력이나 숫자가 서로 안 맞는 부분을 조정하면서 새로운 어떤 패러다임을 도입하고자 했던 것 같다.

 

  요는 한 사람이 다른 상대자를 지명하는 과정을 통해 모 팀에 총 7명이 배정되었는데, 전 레드팀이 4명이고 전 블루팀이 3명이 된 것이다. 물론 이 팀이 오전 미션에서 이겼다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했을지 모르겠는데, 공교롭게도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고 자부했던 이 팀이 오전 미션에 지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주원인자 1명을 지명하는 선거가 진행되었고, 결과는 전 블루팀 1명에게 4표로 몰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전 블루팀 동료이었던 A가 이상하게 생각하여, 왜 이렇게 되었는지 수소문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4명의 전 레드팀 간의 모종의 담합(?)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적으로 많은 전 레드팀 4명이 담합(?)하여 전 블루팀 3명 중의 1명을 지명하여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혹시라도 미션에서 지게 되면 계속해서 수적으로 열세인 전 블루팀에서 자꾸 주원인자가 선출될 것을 염려한 A가 마음에 감정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오후 미션에선 이 A가 고의로 실수(미션 카드를 길바닥에 던짐)를 저질러 미션에서 지게 되었고, 결국 자기가 주원인자로 선출되어 나오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이 A라는 사람의 감정이자 치밀한 계획이었다. ‘자기가 밤 모임에 나가면 오전 미션과 오후 미션 모두의 실패 원인이 자기 팀의 팀장(전 레드팀의 팀장이자 현 레드팀의 팀장)을 지목해서 그 사람을 탈락시키기 위한 계산된 함정’이었다.

 

  결국 밤 모임에 나선 이 A는 계산대로 1명을 지목할 때 자기 팀의 팀장을 지목하였다. 그리고는 심사위원과 전 도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자기 팀 팀장의 부정직한 모습을 고발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자기가 구제받지 못하여, 최종 탈락하게 되었다.

 

  이유는 담합했다는 정보 역시 알고 보니 실제 모여서 입으로 담합을 했다기보다는 전 레드팀 4명이 그저 눈으로 (혹은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아무리 오해가 있고 미워도 그렇지!) 자기 팀의 팀장을 탈락시키려고 일부러 미션 카드를 땅에 떨어뜨려 의도적으로 팀으로 하여금 지게 하였다는 것은 심사위원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특이 이 A라는 사람의 이러한 돌출된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가 제기한 담합(?)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남은 6명의 팀원 전원으로 하여금 서로 간에 불신과 갈등의 폭을 더 깊게 만들고 말았다. 다음 주간에 어느 팀이 이길지, 그리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팀의 6명이 앞으로 어떻게 미션을 수행할지 심히도 걱정이 된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인간의 종합적인 능력 - 곧 지(智), 덕(德), 체(體)를 고루 갖춘 전인(全人)을 발굴하고자 하는 것인데, 사실 지적으로 똑똑하고 체력적으로 강하다고 해서 꼭 살아남거나 앞서 가는 것이 아니다. 현대에는 지력과 체력 못지않게 “사람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협력하느냐, 그러한 가운데 인정을 받느냐?” 하는 덕(德)이 매우 중요한 강점이 된다.

 

  “똑똑하고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똑똑하고 강한 자”라는 말이 있다. 특히 현대사회는 끝임 없이 변화하기에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상황이나 사건의 변화만이 아니라 관계의 변화도 포함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가령 몇 달 전 길에서 우연히 우연한 일로 크게 한 판 붙은 자였는데, 회사에 입사해 보니 혹은 회사를 옮겨보니 그 사람이 내 상사로 앉아 있는 수가 있다. 아니면 옆집 뒷집으로 이웃사촌처럼 지냈는데 자식문제나 땅의 경계문제로 법적인 소송 상대자가 될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사건과 상황에는 능동적으로 잘 대처하면서도 의외로 관계가 변화되었을 때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동네 후배였는데 살다 보니 손위 처남이 되기도 하고, 과거 우리 집 일군이었는데 사돈이 되기도 한다. 입사 한참 후배였는데 어느 날 내 직계상사로 부임하기도 한다.

 

  군대는 물론, 직장, 스포츠계, 그리고 신앙세계에서도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아니하는 갈등이 상존한다. 때로는 치사하리만큼 경쟁하고, 온갖 비리가 난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참지 못하고 도중에 사표를 내고 나오거나, 책상을 뒤엎으면서 비리를 만천하에 폭로하여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진정한 승자라 할 수 없다.

 

  성경에 요셉이나, 모르드개, 다니엘, 그리고 오바댜, 등은 다 고위공무원이었다. 그들이 살던 (혹은 근무한) 시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타락하고 비민주적인 악한 사회요 정권이었다. 요셉이 섬기던 이집트의 바로는 우상 숭배자였고, 다니엘이 섬기던 왕 역시 우상을 숭배하던 자였다.

 

  그러나 이들은 왕이 비인격적이고 비민주적이고 부정부패를 일삼는다고 하여 자기가 근무하던 탁자를 엎어버리고 사람들을 규합하여 왕이나 다른 동료의 비리를 폭로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그렇게 비인격적이고 (자기 신앙과는 정말 다른) 우상을 숭배하는 왕에게서도 인정을 받아 오랫동안 총애를 받아 직분을 잘 감당했다.

 

  진정한 도전자는 어느 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어야 하리라. 비굴하게 혹은 불법하게 살아남아서는 안 되겠지만, 지혜를 발휘하여 - 비록 타락하고 악한 지도자(상대방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를 존중하며 그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러면서도 내 할 일을 변함없이 묵묵히 잘 감당하면, 어느 곳에서라도 인정받고, 어느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으리라(끝).

악양북교회(고신) 경남 하동군 악양서로 582-5 악양북교회 TEL. 055-883-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