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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더 강조되어야 할 부분

2010.10.19 09:57

길라잡이 조회 수:1359

  대학교 같은 학과를 다닌 동기가 있었다. 교회를 다니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철저하게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시건방진 면이 많았다. 정확치는 않지만 부모님이 교사였다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자기는 졸업 후에 유학을 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였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 보니, 스위스에서 유학을 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아 지금은 어느 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부분 부모로부터 물러 받는다. 외모는 물론, 건강도 그렇다. 부모가 기관지 안 좋으면 자식도 그렇다. 머리 좋은 것까지도 닮는다고 한다. 요즈음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공부에 있어서도 자식 본인이 열심히 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부모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옛날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 잘했다고 하였지만, 요즈음은 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한다고 한다. 그만큼 환경적인 요인이 많이 좌우한다는 뜻이다. 과거와 달리 많은 부분 부모가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이끌어 주어야 자식이 자기가 가진 재능을 더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령 순전히 부모 때문에 외국에서 일정기간 살다온 아이들은 당연히 이런저런 이유에서 영어를 잘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런 아이들은 지금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다른 것은 많이 부족하여도 영어 하나만 가지고도 (국제중학교 입학하여 다닐 수 있고, 영어 하나만으로도) 외고에 특례입학이 가능하며, 또 영어 우수자로 명문대학교에 입학하여 졸업할 수 있고, 군에서도 영어 통역 장교로 근무하여, 대학 졸업 후에도 영어 한 개만으로 좋은 회사 취업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겠지만, 속칭 부모 잘 만나서 어린 시절 외국에 한 몇 년 있으면서 외국학교 다닌 그것이 이만큼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늘날 어떤 사람이 출세했다고 할 때에는 거기에 부모의 도움이 상당수 작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가 선진화 되면서 이런 부분을 감안하여 농어촌 특례입학도 나오고,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이나, 저소득층 가산점도 주고 하는 것이리라.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출발부터 구조적으로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존 롤즈(John Rawls)는 이런 부분을 감안하여 정말로 행복한 유토피아 사회(A Theory Of Justice, 1971)를 꿈꾸기도 했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분의 종교는 비록 불교일지라도 그분의 살아온 삶은 기독교인인 나에게도 감동을 준다.

 

  과거나 지금이나 서울대 법대는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서울대 법대 출신들 중에도 일부만 합격하는 사법고시에 가난한 농민의 아들, 상고출신이 독학으로 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며, 같은 합격이라도 차원이 다르다.

 

  법조계(판사)에 진출한 후에도 명문대 인맥이 좌우하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인정받아 알아주는 변호사로, 그 후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계에 입문하여 역전의 역전을 거처 나라의 최고통수권자가 되기까진 노무현 개인의 자수성가적인 타고난 역량이 빚어낸 결과이리라.

 

  그분의 정치를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한 마디로 평가할 수 없겠지만 “서민을 위해 굉장히 잘 해보려고 하였지만 정치적 지지기반이 약하고 (부자, 인류대 출신들로 구성된) 보수층들의 강한 반발로 크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새로운 시도와 열정만은 존중되어야 하며, 동시에 퇴임한 후 고향 농촌으로 돌아와 농민의 아들로, 서민으로 살아간 그 삶의 자세는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 앞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도지사에 당선된 '리틀 노무현'이라는 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촌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아버지 여의고 가난하여, 남해종고 졸업 후 방통대 다니다 자퇴하고, 영주에 있는 전문대 졸업한 후 동아대 정외과 편입하여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고향 와서 농사를 지으며 이장하면서, 지역을 깨우는 신문을 창업하고 농민회를 조직하여 활동하다 군수에 당선이 되고, 재선까지 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인정되어 노무현 정권시절 장관으로까지 발탁이 되었다.

 

  물론 그 후 국회의원 선거와 도지사 선거에 여러 번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 한나라당의 표밭(?)이라고 하는 곳에서 무소속으로 그것도 노무현 지지를 표방하며 당선된 것은 노풍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제는 국민들의 민심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데 있다고 본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사회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 관심을 표명하며 살고 있다. 이런 복잡한 사회에서는 부모를 잘 만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물론 자기 노력도 있겠지만) 엄청난 부모의 정보와 후원으로 좋은 학교 나와서, 유학까지 다녀와 그 학벌 때문에 하루아침에 출세한 사람보다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그 힘든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마음에 이런 사람이 자기와 같은 서민과 고생하는 사람을 더 이해하고 자기들을 위한 서민정책을 더 잘 펼 것을 기대하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아니라 삶의 현장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많은 부분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혼에 있어서도 상당한 집안의 자녀로 태어나 좋은 학교 나와서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는 배우자보다는 홀어머니 밑에서 셋방에 살면서 보통의 대학교 나와 동생들 뒷바라지 해가며 평범하게 살고 있는 배우자가 더 선호 되었으면 한다.

 

  사실 차 떼고 포 떼고 하여, 실질적인 그 사람 개인의 전체적인 역량과 인격적인 점수를 매기자면 후자가 결코 모자라지 않다. 전자는 많은 부분 부모가 도와주어서 그렇지 실제 자기 점수는 40점이고 나머지 50점은 부모 덕이다. 부모 덕을 합치니 90점이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후자는 순수 자기점수만 70점이라 볼 수 있다.

 

  요즈음 연예인을 비롯하여 갈수록 이혼이 늘고 있다. 외부인이 볼 때에는 저렇게 좋은 집안의, 저렇게도 많이 배운 학벌에, 많은 연봉이 기대되는 잘나가는 직장에 취업한 사람을 만났는데, 평생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기는 고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전부 갈라선다.

 

  왜일까? 여러 요인들이 복합되어 있겠지만 그 중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 결혼 전에 포장된 꾸러미로 볼 때에는 90점이 넘어 거의 만점에 가까운 것 같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물건을 써보니 - 이 말은 살아보니 - 실제 배우자 점수는 40점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본을 여행한 일이 있었다. 인솔자 겸 가이더의 말이 일본 학생들이 키도 작고 피부도 검어 겉보기에는 (키 크고 피부가 희고 잘 생긴) 한국 학생에 비해 볼품이 없어도, (아무리 추워도 운동을 많이 시켜서) 일본학생들이 체력적으로 더 튼튼하고 또 어릴 때부터 정신적인 자립심이 대단히 강하다고 하였다.

 

  겉모습과 환경을 중시하다 보니 우리 사회 많은 문제가 파생한다고 본다. 농촌을 떠나고 도시로 몰리고(농촌은 없어서 고민, 도시는 많아서 고민), 인류대를 위해 재수와 삼수도 하고, 중소기업은 텅텅비는데 실업자는 늘어가고, 주택과 교통문제(그리고 범죄까지)도 따지고 보면 이것하고 관련이 있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요 능력이요 인격이기에, 우리나라 교육도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키우고 개발하는 쪽에 더 치중되었으면 한다. 배우자를 고를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사람을 평가할 때에도 이런 부분이 더 강조되었으면 한다. 사실은 살아보면 이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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