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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북교회

농촌 교회와 여름성경학교

2022.09.14 16:30

길라잡이 조회 수:244

농촌 교회와 여름성경학교

 

(1) 여기 부임한 지 15년째이다. 당시에 담임 교역자가 무려 2년이나 비어 있었다. 요즈음은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물겠지만, 외부 보조를 받아서 1년 예산이 1,000만 원이 안 되었으니 이해가 되리라. 저 역시 새로운 사역지를 찾다 여기저기 다 막아 막다른 길로 몰아넣으셨기에 부득불 오게 되었다.

 

그러나 와서 얼마 있다 깨달은 것이 신학대학원 다닐 때 농어촌, 도서벽지, 미자립, 개척, 어디든지 하나님 보내 주시는 곳이면 가서 봉사하겠다.’고 서약했던 일이 생각났다. 돌아보니 지난 17년간 서약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좋은(?) 교회만 골라 가려 했던 것이다.

 

우리 교역자들이 농촌, 그것도 미자립에 안 오려는 이유가 크게 2가지로 짐작된다. 하나는 재정적인 부분이고, 다른 하나가 자녀교육이리라. 그런데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이 2가지를 모두 해결해 주셨다.

 

재정적인 부분은 부임하던 해에 아내가 읍내 요양보호사 교육원 창립 멤버로 일하게 되어 지금까지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고, 그다음 해에 간호 보조학원까지 생겨 몇 년간 강사로 일을 하였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는 인근 중고등학교에 보건 업무까지 맡았다.

 

자녀교육 부분은 3자녀 가운데 두 아들이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딸은 오빠들이 입학한 외국어 고등학교에 떨어져 할 수 없이 인근 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지만 서울의 Y(식품영양학)를 졸업하고 취직해 있다. 아들 중에 첫째는 서울의 S대 석사과정(경영학), 둘째 역시 서울의 S대 석사과정(행정학)에서 각각 공부하고 있다.

 

솔직히 과외라고는 아들 1명이 중학교 때 수학을 (면 소재지 학원에서) 10일 정도 하였고, 딸이 고등학교 때 수학을 (읍 소재지 학원에서) 2달 정도 한 것이 전부이다.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3명의 자녀가 국가장학금에 아르바이트(학과 사무실, 삼성드클 강사, 조교, 연구원)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채워주심으로 부모가 지원한 일은 거의 없고, 그냥 특별한 일에 축하금을 보내어 준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서약한 대로 미래자립 농촌 교회에 보내 주셨고, 그래서 제가 당연히 있어야 할 곳이라 여기며 그냥 참고 지내왔는데, 이렇게 2가지 부분을 다 해결해 주실뿐만 아니라 세월이 지나면서 재정적인 자립도 하여 지금은 몇몇 선교사님까지 돕고 있다.

 

(2) 부임하던 2008년 여름에 포항 한동대의 농활 팀을 받았다. 그다음 해에는 7월에 12일 캠프를 하였고, 이어서 8월에는 23일 일정의 영어 캠프를 하였다. 2010년부터 해마다 여름성경학교를 하고 있다. 처음엔 삼천포 삼한교회 청년회, 다음에는 부산 부곡중앙교회 도움돌 청년회, 지금은 서울중앙교회 대학부이다.

 

2020년 코로나가 확산하던 해, 서울중앙교회 대학부에서는 기본적인 계획을 다 세우고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못했고, 우리 교회 4명의 교사가 모여 이 엄중한 상황에 성경학교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회의를 한 결과 그래도 해야 한다. 하자.”고 하여 27명의 학생이 참석하였다. 2021년은 앞의 연도에 하였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시작하였지만, 결국 17명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는 코로나가 많이 약해지면서 서울중앙교회도 오려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7월에 들면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말았다. 성경학교(7/28~31)가 휴가의 절정기인데, 이 휴가 기간을 앞두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코로나 확산을 연일 보도하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실제로 우리 마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서울로 나들이를 다녀온 후에 이장이 감염되고 만 것이다. 참으로 난감했다.

 

거기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간혹 보도되는 교회의 부정적인 부분이나 잘못된 오해들은 사실 대형교회나 도회지 교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큰 교회는 그 자체 여러 현실적인 유익이 있기 때문이지만, 농촌의 작은 교회는 그야말로 이미지 때문에 교회에 오는데 부정적인 보도들은 치명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형 현수막을 면사무소 근처에 2개나 걸고, 초대장을 200개나 만들어 돌리면서 교문 앞 전도를 하였다. 그리고 전화와 카톡을 통해서도 홍보를 계속 이어갔다. 성경학교 한 달 전부터 출석할 수 있는 학생 리스트를 만들어 토요일마다 방문하였다. 그러나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 부정적인 대답이 너무 많이 돌아왔다.

 

요즈음 농촌이지만 평시에도 다들 학원에 가고, 방학 때에는 과외를 더 많이 한다. 또 방학을 맞이하면 부모와 함께 할머니댁이나 나들이 계획을 세운 학생들도 많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닐 땐 집안이 불교라서 안 되고, 종교가 없는 경우는 게임 해야 하기에 못 온다고까지 했다. 거기다 기존에 나오고 있는 우리 학생들마저 이런저런 핑계로 많이 빠진다고 하였다.

 

그나마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던 학부모들마저 지금 상황에선 우리 마을에서 코로나 확진자까지 발생하였기에 도저히 보낼 수 없다고 하였다. 심지어 3자녀를 둔 어느 어머니는 막내를 물놀이하다 잃었기에 성경학교 때 물놀이가 있다는 말에 더더욱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서울에서 성경학교를 위해 대학부 교사가 최소 30명이 내려온다는데(최종 32명이 내려옴), 막상 참석할 학생들을 아무리 계산해도 30명은 고사하고 20명도 안 되었다. 서울에서는 3년 만에 코로나가 안정되고 행정 정책이 완화되면서 다시 하기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많은 경비를 들여 준비하고 있다지만, 반면 우리 부부는 점점 부담감이 커지고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내는 안심이 안 되어, 일일이 학생들 집을 찾아다니며 학생과 부모를 다시 설득하였다. 설득이 안 되는 경우는 며칠 있다 다시 선물을 사 들고 가서 또 설득하였다. 이 그 과정에 아내는 손자와 며느리뻘 사람들에게 온갖 과격한 말을 들으며 자존심마저 다 내어놓아야 했다.

 

사실 요즈음은, 아이라도 한 명 데려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과거엔 간식으로 가능했지만, 지금은 가정에서 자주 좋은 관광지를 방문하고,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선 해외에까지 무료로 여행시켜주며, 무엇보다 이 게임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기에 도무지 교회로 데리고 올 동력 자체가 거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성경학교 하루 전 대학생 교사 8명과 가가호호 방문하여 이런 언니오빠, 누나형님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다시 홍보한 후에, 성경학교를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작년 가을에 창문창틀 공사를 하면서 한쪽 에어컨 동선(銅線)을 떼어 밖으로 바닥까지 빼놓았다. 이 에어컨은 그 전부터 오래되어서 그런지 별로 시원하지 않았다.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다시 선을 연결하고 냉매도 보충해야 했다.

 

출시된 지 20년이 다 된 에어컨 회사에 연락하니 기사가 한 번 와서는 출장비만 받고 자기 힘으로 안 되니 다른 실무팀을 다시 보내 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실무팀들도 오기 전에 전화로 협상하면서 온갖 조건을 내걸면서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 것 같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취소하고, 인근 읍내 에어컨 수리업체에 연락하니 이들도 오겠다는 날짜에 갑자기 다른 공사가 생겼다면서 자기들이 못 오지만 우리가 사는 면() 안의 어느 (거래하는) 수리업체를 대신 소개해 주겠다고 하여, 결국 성경학교 며칠 전에 이분에게 수리하게 되었는데 마침 이 분이 2명의 전도 대상자 학생의 아버지였다.

 

그동안 이분 아내의 반대로 아이들이 오지 아니하려 했기에, 일이 끝난 후 수박을 대접하면서 아버지가 이렇게 땀 흘리며 고생하여 에어컨을 수리하였으니, 이 좋은 환경에 자녀들이 와서 배우게 해달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니 꼭 보내 주세요.” 하여,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오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인근 교회 사모님은 코로나로 주일학교가 사라지면서 자기 교회 학생 2명을 우리 성경학교 소식을 듣고는 보내 주셨다. 그리고 물놀이로 막내를 잃은 그 어머니마저 결국 아내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여 두 아이를 보내 주었다. 이렇게 하여 2022년 여름성경학교는 첫날 32명을 시작으로 최종 38명이 등록하였고, 헤어질 때 학생들이 사랑을 듬뿍 준 교사들을 못 잊어 몇 번이나 인사를 할 정도로 아쉬운 작별로 마무리하였다.

 

(3) 드디어 4일간의 성경학교(대학부 교사들은 성경학교 2일 전에 미리 와서 56일간의 수련회)를 무사히 마쳤지만, 사실 농촌 교회는 도회지 (대형) 교회처럼 사찰(사정), 차량 기사, 청소할 사람, 도와줄 직분자가 거의 없다. 목사 부부가 하나에서 열까지 다해야 한다.

 

성경학교 전에도 준비할 일이 많지만, 성경학교가 끝난 후에도 무려 1주일 내내 정리 정돈과 대청소, 대학생 교사들이 사용하던 베갯잇과 이불을 빨래하고(비가 와서 널다 거두기를 여러 번 반복함), 음식과 각종 쓰레기 처리하느라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마치 음식점이 파리를 날리며 일 안 하고 쉬는 것보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손님 많은 것이 더 낫듯이) 그래도 할렐루야!” 할렐루야!”를 외쳤다.

 

우선, 성경학교가 끝난 다음 주일이 읍내에서 지방자치단체 주최로 재첩 축제를 하였기에 그리로 많이 빠져나갔지만, 그래도 5명의 학생이 새롭게 출석하였다. 다가오는 주일은 성경학교 출석한 학생들이 더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성경학교에 출석한 학생이 다 교회 생활을 이어가지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이 학생들이 살면서 하나님께로 다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우리 부부는 하고 있다. 복음을 뿌리고 심어 놓으면 하나님께서 또 누군가를 통해 물 주게 하셔서 자라게 하시고, 언젠가는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내용이 그 사례이다.


우리 마을 인근 청암면 출신 중에 부산 포도원교회 출석하시는 집사님이 계신다. 이분은 과거 초등학교 때 고향교회가 자기 집에서 가정예배 식으로 개척하였다는데, 그 후 얼마 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부득불 부산으로 이사하였고 결국 그 과정에 교회를 오랫동안 쉬게 되었단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하고 험한 세상을 살아내자니 온갖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였다. 한때는 돈도 많이 벌었지만 다 탕진하고, 결국 40대 말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다 고향교회 주일학교에서 찬송하고 성경 배우던 것, 그리고 특히 성경학교 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교회를 다시 출석하게 되었단다.

 

그러다 보니 이분은 내가 그때 고향 교회를 떠나오지 않았거나, 학창 시절에 교회를 그대로 출석했다면 내 인생 이렇게 허송세월 보내면서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 때문에, 타불라 라사(백지)와 같은 어릴 때 하나님을 만나야 인생이 달라지고 크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안타까움에 주일학교에 생명을 거시는 분이다.

 

몇 년 전에 우리 교회 옆 고종사촌 집에 볼일이 있어 오셨다가, 주일예배를 참석하시고는 이 농촌에 주일학생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매달 간식비를 보내 주고 계신다. 이미 언급하였지만, 이 집사님을 통해 작년 가을 창문창틀 공사를 비롯하여 올 초에 사택 리모델링, 그리고 성경학교를 며칠 앞두고 교회당 화장실 수리까지 자부담에 봉사해주셨다. 성경학교 때 듣고 배운 것이 당장은 효과가 없는 것 같아도 이렇게 헛되지 않다는 말이다.

 

도회지에 사는 형제들은 막냇동생이 구석진 촌에서 고생하는 줄 알고 만날 때마다 밥은 먹고 사는지, 아이들 공부는 시켜내는지 염려가 많다. 그러나 세상을 교회 중심으로 통치하시는 우리 하나님께서는 (마치 학교 교사들이 농어촌으로 오면 평가점수가 높아 승진을 위해 유리하듯이) 농촌일수록 도회지 교회와 목회자들이 생각지 못한 복들을 많이 주시는 것 같다.

 

우리 교회는 농촌 중에서 면 소재지도 아니고 리() 단위 구석에 있는 교회로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더 필요하지만, 15년 전을 생각하면 그래도 살아 있음이, 아프지 않음이, 굶지 않음이, 빚이 없음이, 그리고 섬길 교회라도 있고, 달마다 때가 되면 생활비라도 나오는 것으로 감사하고 있다.

 

오는 8월 마지막 주일에는 성경학교 교사로 봉사한 서울중앙교회 대학부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이 보고 싶다며 내려온단다. 해마다 이어온 성경학교, 힘들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혜택들이 너무 많기에, 내년에 코로나가 아니라 더 심한 무엇이 오더라도 여름성경학교를 하리라 다짐하며,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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