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나이 들면 하는 소망
2021.04.16 14:31
(1) 나의 부친께서는 내가 20대 초반에 70대 초반으로 돌아가셨기에 (공부한다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모친께서는 70대 중반으로 내가 30대 초반에 돌아가셨기에 (군대 가기 전, 군대 휴가 중, 군대 다녀온 후, 취직 준비할 때, 등) 막내아들을 앉혀 놓고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장차 맞이할 아내는 어떠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은 내 핏줄이기에 무슨 소리를 해도 이해를 하지만 아내에게는 잘해야 한다. 결혼한 후에 혹시 내가 네 집에 가거든 아내를 통해 용돈을 주게 하고 아들인 너는 (아내 몰래) 따로 더 주어야 한다. 혹시 내가 죽거든 어디 어디에 (돈을 감추어 두었으니) 찾아봐라. 내가 죽거든 제사상에 이런저런 것 올려달라(지금 생각하면 이런 것들이 드시고 싶으셨던 모양). 등등.” 그러나 아쉽게도 며느리를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가셨다.
(2) 전에부터 아내는 한 번씩 장인어른 이야기를 한다. 친정아버지께선 자녀를 7명이나 낳으셨기에, “나중에 나이가 들면 큰아들에게 가서 얼마 있다고 오고, 둘째 아들에게 가서 얼마 있다 오고, 딸에게도 가서 좀 놀다가 오고!” 그렇게 사실 것이라 자주 이야기하셨단다.
그리고 큰아들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돌아와 드디어 대학에서 강의하자, 손수 부산까지 내려가셔서 뒤에서 앉아 들으시고 기뻐하셨고, 아들이 대접한 점심을 한 그릇 잡수시고 돌아오시기를 몇 번이나 하셨단다. 하지만 그 소원 다 누리지도 못하시고 (60대 중반에) 하늘나라 가셨으니 안타깝도다!
(3) 나도 앞으로 은퇴하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무엇이라도 도움을 주던가, 아니면 합천으로 가서 조그마한 집을 짓고 (만으로 70살까지 정신노동을 했기에) 은퇴하면 작은 텃밭도 일구고 과수도 조금 하며, 시간이 나면 아내와 평일에는 등산이나 다니면서 지내다 주말에는 예배하며 후배가 섬기는 주님의 몸된 교회 일을 돕고 싶다.
한 번씩 큰아들에게도 갔다가, 작은아들에게도 갔다가, 딸에게도 가서 손자 손녀 봐주면서 지내고, 여건이 되면 영어/일본어/중국어까지 되는 자녀들과 손자⋅손녀 포함하여 온 가족이 외국여행도 가봤으면! 또 큰아들이 월 얼마씩 보내 준다는데 (실현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가 보다. 아니, 죽을 날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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